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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반란 앞 인권과 민주주의 위기 속 성소수자의 목소리

최종 수정일: 7일 전

성소수자를 비롯해 여성, 장애인, 청소년, 이주민,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은 언제나 광장에 나와 평등과 다양성의 가치를 외쳐 왔습니다. 군사반란이라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위기 속에서도 이들은 언제나처럼 깃발을 들고 집회에 나섰습니다.

  • 원문 작성: LGBT News Korea

  • 원문 검토: -

  • 번역: 희중(스페인어), Juyeon(영어), 우산(인도네시아어), 아키(일본어), Van(중국어)

  • 번역 검토: 미겔(스페인어), 지니(영어)

  • 웹·SNS 게시: 미겔

  • 카드뉴스 디자인: 가리


“윤석열 탄핵안 가결, 성소수자 시민이 함께 해냈다! 성소수자가, 페미니스트가, HIV감염인이, 장애인이, 청소년이, 이주/난민이, 노동자가 함께 해냈다!”


한국 시간으로 12월 14일, 국회에서 대통령 윤석열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여러 성소수자 단체들이 SNS 계정에 올린 문구입니다.


12월 3일 대통령 윤석열은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정치, 집회, 결사, 언론의 자유를 박탈하고 무력을 동원한 국회 장악을 시도했습니다. 다행히 수시간 만에 국회에서 계엄해제를 의결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되었지만, 사태의 내막이 속속 밝혀지면서 윤석열이 모종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친위 쿠데타를 획책했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수많은 사람들이 반란군의 국회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의사당으로 달려갔습니다. 그 후 2주 간, 더 많은 사람들이, 14일 국회에서 두 번째 탄핵 표결을 앞두고는 주최 측 추산 200만 명의 사람들이 국회의사당 앞에 결집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분명히 성소수자들이 있었습니다.


성소수자를 비롯해 여성, 장애인, 청소년, 이주민,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은 언제나 광장에 나와 평등과 다양성의 가치를 외쳐 왔습니다. 군사반란이라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위기 속에서도 이들은 언제나처럼 깃발을 들고 집회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광장 속에서 이질성을 드러내면서,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광장을 만들어가는 한편, 탄핵 이후 우리가 꾸려 나가야 할 나라에 필요한 가치를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급히 편성된 이번 글에서는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이번 군사반란 사태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한국 밖으로 전파되는 주요 언론의 굵직한 헤드라인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인권과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은 한국에서 평등과 다양성의 가치를 끊임없이 가시화하는 존재들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사태는 한 국가의 정치적 위기일 뿐만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보편 가치에 대한 공격이기도 합니다. 저희 프로젝트 역량의 한계상 보여드리고 싶은 모든 것을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보편 가치에 관한 연대의 기치를 높이는 데에 우리 글이 작은 기여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윤석열의 탄핵을 촉구하는 국회 앞 집회에서 무지개 깃발이 여러 대 나부끼고 있다. (제공: 권태)
윤석열의 탄핵을 촉구하는 국회 앞 집회에서 무지개 깃발이 여러 대 나부끼고 있다. (제공: 권태)
국회 앞에서 사람들이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다. (제공: 권태)
국회 앞에서 사람들이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다. (제공: 권태)
한 집회 참가자가 응원봉과 함께 무지개 깃발을 들고 있다. (제공: 권태)
한 집회 참가자가 응원봉과 함께 무지개 깃발을 들고 있다. (제공: 권태)

글 1.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시국선언문

(LGBT News Korea도 연명에 참여했습니다.)

(원문 및 기자회견문은 이곳에서 조회)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시국선언문]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짓밟은 내란수괴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성평등과 다양성이 실현되는 민주주의를 위해 성소수자 시민들이 외친다


12월 3일 밤,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곧이어 정치적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는 계엄사령부 포고문이 발표되었다. 국회, 선관위 등 헌법기관에 군인이 난입했고 출입을 통제했다. 민주주의의 인권의 가치를 철저히 짓밟고 이 나라 모든 권력의 기반인 시민들을 ‘처단’의 대상으로 삼은 그 순간, 윤석열은 이미 대통령의 자격을 상실했다.


시민들의 저항과 국회의 의결로 비상계엄은 약 6시간만에 해제되었다. 이후 밝혀지는 사실들을 통해 이것이 철저한 계획하에 이루어진 ‘군사반란’임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며 12월 7일 당론을 들어 끝내 탄핵안을 불성립시켰고, 선출되지도 않은 자격없는 한동훈과 한덕수가 권력을 나눠갖겠다는 위헌적인 선언을 감행하였다. 그리고 지난 12일 윤석열은 담화를 통해 자신의 내란행위가 정당했다며,  어떠한 책임도 인정하지 않는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내란을 주도한 윤석열, 그를 비호하는 한동훈과 국민의힘, 그들은 성평등의 가치를 부정하고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해왔다. 구조적 성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차별금지법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동성혼은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궤변도 반복해왔다. 국정감사에서는 대한민국이 성소수자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주장과 혐오표현을 용인하고, 동성애가 공산주의 혁명의 수단이며 HIV/AIDS를 확산한다는 사람을 국가인권기구의 수장으로 앉혔다. 그들은 마침내 권력을 사유화하고 이 땅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하기에 이르렀다. 비상계엄 사태는 더 이상 이들이 시민들의 대표자임을 자임할 최소한의 자격도 없음을 확인시켜 준 마지막 선언이다.


1993년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전개된 이래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순간마다 성소수자들은 무지개깃발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 무지개에는 우리의 염원이 담겨있다. “다양한 차이가 존중되고 차별 없는 사회”. 2016년 겨울, 거리에서 무지개를 펼치고 행진하며 새로운 사회를 열망했던 것처럼 다시 성소수자들은 광장을 다양한 목소리로 채우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내란수괴인 윤석열과 그에 동조한 국민의힘을 반드시 몰아낼 것이다.


성소수자 시민들은 차별과 혐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내 자신을 받아들이는 힘을 길렀다. 사회 곳곳에 서로를 이해해줄 수 있는 둥지를 만들고, 서로가 마주해왔을 차별과 혐오의 상처를 보듬어왔다. 우리의 만남을 통해 서로가 얼마나 즐겁고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인지도 발견해왔다. 내 친구와 동료들이 그 즐겁고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행복하길 염원했다. 차별과 혐오에 저항하며 나 자신을 긍정하는 힘과 내 주변을 살피고 돌보며 다양한 소수자들과의 연대를 만들며 우리가 기본권을 평등하게 누리는 사회를 위해 끊임없이 싸워왔다. 그렇기에 우리는 시민들을 모욕하고 인권을 짓밟는 이들에 대한 치가 떨리는 분노에도, 춤추고 노래하며 광장으로 나선다. 그들이 박탈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 그대로 행복할 자유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모습 그대로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이다. 그렇게 성소수자 시민들은 다시 한 번 외친다.


지금 당장 윤석열은 퇴진하라


내란공범 빠짐없이 처벌하라


내란공범 자처하는 국민의힘 해체하라


2024년 12월 13일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 ·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216개 단체 및 4,286명 개인 일동


‘내란행위 즉각수사’ 팻말을 들고 윤석열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군중 뒤로 장애인권단체 운동가들이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제공: 권태)
‘내란행위 즉각수사’ 팻말을 들고 윤석열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군중 뒤로 장애인권단체 운동가들이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제공: 권태)
윤석열의 탄핵을 촉구하는 국회 앞 집회에서 여러 깃발들 사이로 페미니즘 운동·예술 단체인 페미당당의 깃발이 보인다. (제공: 권태)
윤석열의 탄핵을 촉구하는 국회 앞 집회에서 여러 깃발들 사이로 페미니즘 운동·예술 단체인 페미당당의 깃발이 보인다. (제공: 권태)
윤석열의 탄핵을 촉구하는 국회 앞 집회에서 촛불들 들고 있는 사람들. (제공: 권태)
윤석열의 탄핵을 촉구하는 국회 앞 집회에서 촛불들 들고 있는 사람들. (제공: 권태)


글 2. 12월 11일 부산 서면 집회에 참가한 김유진 씨(가명)의 발언

(발언자 인터뷰는 이곳이곳에서 조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저기 온천장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소위 말하는 술집 여자입니다.


‘너 같이 무식한 게 나대서 뭐하냐’, ‘사람들이 너 같은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줄 것 같으냐’ 같은 말에 반박하고 싶어서, 또 많은 사람들이 편견을 가지고 저를 경멸하거나 손가락질하실 것을 알고 있지만, 오늘 저는 민주 사회의 시민으로서 그 권리와 의무를 다하고자 이 자리에 용기내어 올라왔습니다.


제가 오늘 이곳에 선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여러분께 한 가지를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그건 우리가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난 다음에도 계속해서 정치와 우리 주변의 소외된 시민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일입니다.


우리는 박근혜를 탄핵시켰고 또 윤석열을 탄핵시킬 것이지만 동시에 우리 국민의 절반은 박근혜와 윤석열을 뽑은 사람들입니다. 내 집 값이 오른대서, 북한을 견제해야 해서, 내가 속한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그렇게 부추겨서 국민의 절반이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왜 그러는 걸까요?


강남에 땅이 있는 놈들은 그렇다 쳐도, 쥐뿔도 가진 것 없는 이삼십대 남성들과 노인들은 왜 국민의힘을 지지할까요? 그것은 시민의 교육의 부재와 그들이 소속될 적절한 공동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우경화가 가속되는 시대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이 거대한 흐름을 막지 못한다면 또 다른 윤석열이, 또 다른 박근혜가, 또 다른 전두환과 박정희가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입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주십시오. 더불어 민주주의에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오로지 여러분의 관심만이 약자들을 살려낼 수 있습니다.


저기 쿠팡에서는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파주 용주골에선 재개발의 명목으로 창녀들의 삶의 터전이 파괴당하고 있습니다. 동덕여대에서는 대학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고, 서울 지하철에는 여전히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가 보장되고 있지 않으며, 여성들을 향한 데이트 폭력이, 성소수자들을 위한 차별금지법이, 이주 노동자의 아이들이 받는 차별이, 그리고 전라도를 향한 지역혐오가, 이 모든 것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완벽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는 데 성공하더라도, 이것이 끝이고, 해결이고, 완성이라고 여기지 말아주십시오. 편안한 마음으로 두 발 뻗고 잠자리에 들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상입니다.




 
  • 원문 작성: LGBT News Korea

  • 원문 검토: -

  • 번역: 희중(스페인어), Juyeon(영어), 우산(인도네시아어), 아키(일본어), Van(중국어)

  • 번역 검토: 미겔(스페인어), 지니(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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