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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광장: 장애인, 노동자, 종교인과 함께한 축제

최종 수정일: 2022년 10월 16일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단지 성소수자 당사자의 축제일 뿐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들의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이다. 이번 서울퀴어문화축제는 3년의 공백동안 우리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들의 지지와 연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 원문 작성: 레이

  • 원문 검토와 수정: 미겔, 에스텔

  • 번역: 루비 (베트남어), 희중 (스페인어), 피웊 (영어), 우산 (인도네시아어), 가리 (일본어), 사락 (중국어), 미겔 (카탈루냐어), Ravael (프랑스어)

“동성애 죄악. 회개하라. 예수 구원”. 매년 자긍심 행진날이면 혐오세력은 이런 문구를 인쇄한 현수막과 함께 광장을 찾아옵니다. 개최 장소인 서울광장은 수많은 혐오 세력에 둘러 쌓여 계속되는 혐오발언을 들어야만 하는 현장입니다. 하지만 광장 안쪽에서는 퀴어 당사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치·사회·문화·종교 단체들이 성소수자의 인권 증진을 위한 지지와 연대를 표현하였습니다. 이번 글에선 다양한 단체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지지와 연대를 표출하였는지 몇 가지 예시를 통해 주목하고자 합니다.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아마 2022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시민단체일 것입니다. 전장연은 장애인의 이동권·권리 예산 보장을 외치며 휠체어를 타고 출근길 서울 지하철을 승하차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집권 보수정당인 ‘국민의 힘’과 이준석 전 당대표 등은 마치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 다른 시민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어조의 주장을 펼치며 이들의 목소리를 억압하기도 했습니다.

전장연은 이에 모든 종류의 차별을 반대한다며 더 많은 소수자들과 연대하는 방식을 취하였습니다. 전장연을 대표해 축제에 참석한 이형숙 활동가는 “전장연은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인권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라며 “장애인권, 여성인권, 성소수자인권이 따로 있지 않다.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해 함께 행동하고 투쟁하고 연대하자”라고 호소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전장연은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행성인)과 연대하여 ‘이상한 연대의 행진단’을 꾸렸으며 거친 빗속에서도 다양한 슬로건이 담긴 현수막을 들고 행진을 진행했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차별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건전한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우리의 길은 투쟁으로 열어왔다. 함께 평등의 지하철을 타자" 라는 문구의 깃발을 든 '이상한 연대의 행진단' (출처: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우리의 길은 투쟁으로 열어왔다. 함께 평등의 지하철을 타자" 라는 문구의 깃발을 든 '이상한 연대의 행진단' (출처: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장애인 거주시설은 감옥이다!"라는 문구의 깃발을 든 '이상한 연대의 행진단' (출처: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장애인 거주시설은 감옥이다!"라는 문구의 깃발을 든 '이상한 연대의 행진단' (출처: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퀴어퍼레이드 중인 휠체어 행렬 (출처: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 연대)
퀴어퍼레이드 중인 휠체어 행렬 (출처: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 연대)

한국 최대 노동조합 중 하나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도 이 ‘이상한 연대의 행진단’에 합류하였습니다. 민주노총 부스 옆에는 수습노무사모임 ‘노동자의 벗’ 부스가 마련되어 성소수자 노동자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노동상담이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직종별 작업복을 입어보는 ‘젠더리스 작업복 체험’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민주노총은 서울시의 차별적 행정을 규탄하는 시위에 함께하며 광장 사용 수리를 촉구하는 등 축제가 개최될 수 있도록 연대한 바 있습니다.


민주노총부스에서 젠더리스 작업복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노동과 세계)
민주노총부스에서 젠더리스 작업복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노동과 세계)
'모두의 민주노총'이라고 쓰여진 무지개 깃발 (출처: 노동과 세계)
'모두의 민주노총'이라고 쓰여진 무지개 깃발 (출처: 노동과 세계)

2022년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은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 입니다. 슬로건에 걸맞게 우리 사회의 사회적 소수자들은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존재하며, 서로의 방식으로 연대하고, 규범 밖의 존재를 낙인 찍는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정상성’을 강조하는 서울광장 밖의 폭력과 대조적입니다.

종교의 존재 이유가 빛난 서울퀴어문화축제

안타깝게도 광장 밖의 혐오세력의 대부분은 보수성향 종교단체입니다. 이와 반대로 광장 내에서는 다양한 교계가 사랑을 전하는 포용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이하 조계종 사노위)는 부스 행사에 참여해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부처님’ 글귀가 적힌 부채를 나눠주고 건강과 안녕을 상징하는 오색실을 성소수자들 손목에 직접 묶어주기도 했습니다. 위원장 지몽스님은 “다양한 색깔이 모여 하나의 팔찌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다양한 이웃들이 모여 생활하고 있다”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차별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건전한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축제 참가자에게 오색실을 나눠주고 있는스님 (출처:불교신문)
축제 참가자에게 오색실을 나눠주고 있는 스님 (출처:불교신문)

또한 이번 2022 서울퀴어문화축제에는 다양한 개신교 단체 또한 참여하였습니다. 광장에서는 성공회 민숙희 사제와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김정원 목사가 퀴어 그리스도인을 위한 축복식을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성소수자 기독교인 단체인 무지개예수 차량이 이번 퍼레이드에서 선두를 장식했으며 참가자들은 EDM 형식으로 편곡한 찬송가 등을 부르며 함께하였습니다. 개신교·가톨릭·불교의 성직자·신자로 구성된 ‘퀴어길벗들과 함께걷는 종교인 일동’은 ‘우리는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종류의 혐오와 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종교의 이름으로 퀴어 길벗들을 조건 없이 환대하며 축복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평화롭게 행진하였습니다.


퀴어퍼레이드의 제일 앞에서 행진하고 있는 종교인들 (출처: 뉴스앤조이)
퀴어퍼레이드의 제일 앞에서 행진하고 있는 종교인들 (출처: 뉴스앤조이)


 
  • 원문 작성: 레이

  • 원문 검토와 수정: 미겔, 에스텔

  • 번역: 루비 (베트남어), 희중 (스페인어), 피웊 (영어), 우산 (인도네시아어), 가리 (일본어), 사락 (중국어), 미겔 (카탈루냐어), Ravael (프랑스어)

참고자료 (한국어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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