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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공기관의 차별 속에 3년 만에 돌아온 서울 프라이드

최종 수정일: 2022년 9월 8일

서울퀴어문화축제는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성소수자 문화 축제인 동시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의 현장이다. 이번 23회 축제는 코로나19로 인한 3년의 공백을 뚫고 다시 거리로 나왔지만, 서울시의 차별적인 행정을 견뎌내야 했다.

  • 원문 작성: 미겔

  • 원문 검토와 수정: 권태, 레이, 에스텔

  • 번역: 루비(베트남어), 희중(스페인어), 피웊(영어), 보꾸(일본어), 사락(중국어), 미겔(카탈루냐어), Ravael(프랑스어)


한국 최대 규모의 프라이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7월 16일 서울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코로나19로 지난 2년 간 온라인 행사를 위주로 진행되었다가, 수많은 참가자들과 함께 3년 만에 거리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서울시의 행정적인 불협화음으로 시작해 덥고 흐린 날씨가 반복되던 축제는 행진 직전부터 폭우가 쏟아졌고 광장을 에워싼 혐오세력의 고성방가도 계속되었지만, 주최측 추산 13만 5000명의 참가자들은 열정적인 부스 행사와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시청 광장 입구에서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
시청 광장 입구에서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 (출처: 고함20)

인권단체, 대사관, 기업 등 80개가량의 단체가 시청 광장에 부스를 차렸습니다.
인권단체, 대사관, 기업 등 80개가량의 단체가 시청 광장에 부스를 차렸습니다. (출처: 고함20)

주 무대에서는 축하공연, 연대발언 등 행사가 진행되었다. 사진에서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고함20)
주 무대에서는 축하공연, 연대발언 등 행사가 진행되었다. 사진에서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고함20)

K-POP 팬들도 축제에 참가했습니다. 마마무 팬들이 퀴어문화축제 후원을 위해 만든 ‘무지개무무’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습니다.
K-POP 팬들도 축제에 참가했습니다. 마마무 팬들이 퀴어문화축제 후원을 위해 만든 ‘무지개무무’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습니다. (출처: 고함20)

광장은 바리케이드로 둘러쌓였으며 바리케이드 바깥에서는 혐오세력이 사면을 둘러싸고 확성기를 동원하여 소란스러운 반성소수자 집회를 벌였습니다.
광장은 바리케이드로 둘러쌓였으며 바리케이드 바깥에서는 혐오세력이 사면을 둘러싸고 확성기를 동원하여 소란스러운 반성소수자 집회를 벌였습니다. (출처: 고함20)

서울퀴어퍼레이드의 상징이 된 대형 무지개 깃발이 광장에 나타났습니다.
서울퀴어퍼레이드의 상징이 된 대형 무지개 깃발이 광장에 나타났습니다. (출처: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비가 쏟아져도 퍼레이드는 진행되었습니다.
비가 쏟아져도 퍼레이드는 진행되었습니다. (출처: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참가자들이 행진하는 중에 혐오세력의 난입을 방지하기 위해 다수의 경찰이 동행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행진하는 중에 혐오세력의 난입을 방지하기 위해 다수의 경찰이 동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행진을 마친 풍물패(한국의 타악기를 사용하는 악단)가 ‘차별금지법 지금 당장’이라고 적힌 악기를 들고 서울광장에서 흥겨운 마지막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행진을 마친 풍물패(한국의 타악기를 사용하는 악단)가 ‘차별금지법 지금 당장’이라고 적힌 악기를 들고 서울광장에서 흥겨운 마지막 공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출처: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시 당국은 축제에 비협조적이다

이번 글에서는 관할 행정기관인 서울시가 축제 개최에 매우 비협조적이었다는 사실을 중심으로 한국의 정부 기관이 성소수자를 제도적으로 도외시하는 현실을 짚고자 합니다. 서울시는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개최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이 위원회는 축제가 ‘건전한지’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행사의 서울광장 사용은 신고제로 운영되는데 퀴어문화축제에 대해서만 사실상 심사와 허가를 진행한 겁니다.

결국 위원회는 과다 노출과 음란한 유해물을 전시·판매할 경우 추후 축제 개최를 제한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고 축제를 조건부 승인했습니다. 혐오세력은 축제 현장에서 성기 모양을 모방한 물품이 판매됐다며 축제 금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와 맥락을 같이 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그러나 위원회의 회의록을 살펴보면, 과다 노출과 유해물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을 뿐더러 일부 위원들은 성소수자의 존재가 어린이의 교육에 유해하다거나 축제를 제한하기 위한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습니다. 위원회의 결정은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행사는 문란하다’라는 혐오와 편견에 근거해 정부 기관이 성소수자의 존재와 행동을 검열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정부 기관이 성소수자 행사에 대해 차별적인 행정을 집행한 사례는 많습니다.

재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7월 1일 취임했다.
재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7월 1일 취임했습니다. (출처: 서울특별시장실)

또 오세훈 서울시장도 한국의 신문사인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입장은 동성애 반대”라고 발언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위가 있게 되면 [...] 서울광장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시 정부가 차별적인 행정을 제도화해 성소수자 행사의 개최를 차단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습니다. 서울시와 서울시장은 차별적인 대우와 폭력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대신, ‘미풍양속’이나 ‘개인의 신념’을 핑계로 현실을 방치하고 오히려 정부 기관이 차별을 제도화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위원회의 결정이 알려지고 축제 조직위와 시민들이 서울시에 ‘과다 노출의 기준이 무엇인지’ 문의했으나, 시청 관계자는 “상식선에서 [...] 눈살을 찌뿌리게 하느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삼겠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명확한 기준 없이 공무원 개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인데, 성소수자들이 부당하고 불필요한 자기검열을 강화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입니다.



정부 기관의 성소수자 차별은 반복되고 있다

위원회 심사의 또 다른 문제는 기간에 있습니다. 48시간 안에 내려야 하는 결정을 2개월이나 끌고 간 것인데요. 이러한 지연은 축제 조직위 법인 설립의 사례를 떠올리게 합니다. 작년 서울시는 조직위의 법인 설립 신청을 2년 간 끌다가 불허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는 성소수자의 평등을 추구하는 조직위의 목표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정부 기관이 성소수자 행사에 대해 차별적인 행정을 집행한 사례는 많습니다. 일부만 꼽자면 2017년에는 퀴어여성네트워크가 퀴어 여성 체육대회를 기획하자 동대문구(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하나)가 체육관 대관을 갑자기 취소하기도 했고, 부산 해운대구청은 2019년 부산퀴어문화축제의 개최를 노골적으로 방해했습니다. 또 2018년 인천 동구청은 인천퀴어문화축제의 광장 사용을 불허했고 축제 당일에는 기독교 단체를 주축으로 한 혐오세력이 축제 물품·차량을 훼손하거나 참가자들을 폭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습니다.


골드버그 미국 대사가 퀴어문화축제에서 발언 중이다.
골드버그 미국 대사가 퀴어문화축제에서 발언 중입니다. (출처: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이번 서울퀴어문화축제에는 골드버그 미국 대사를 비롯해 각국 외교관이 참석해 무대에서 연대 발언을 했습니다. 많은 성소수자 당사자들은 이렇게 매년 외국 외교관들이 성소수자의 권리 증진을 외치는 모습에서 위안을 느끼곤 합니다. 이러한 위안은 한국인들에게 가장 가까워야 할 한국 당국이 시민을 차별하고 폭력을 방조하고 있다는 현실을 방증하기도 합니다. 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되고 차별적인 행정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많은 성소수자 행사에서 목격하게 될 정부 기관의 무책임이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 퀴어문화축제 현장 촬영에 협력해주신 한국의 20대 청년 언론인 고함20에 감사드립니다.


 
  • 원문 작성: 미겔

  • 원문 검토와 수정: 권태, 레이, 에스텔

  • 번역: 루비(베트남어), 희중(스페인어), 피웊(영어), 보꾸(일본어), 사락(중국어), 미겔(카탈루냐어), Ravael(프랑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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