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어디를 가나 성소수자 공동체에는 그들만의 언어가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지요. 세대에 따라 정체성에 따라 다양한 은어가 생겨나고 사용되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의 성소수자 공동체에서 두루 사용되는 은어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원문 작성: 미겔
원문 검토: 희중
번역: 희중(스페인어), 지니(영어), 우산(인도네시아어), 보꾸(일본어), 미겔(카탈루냐어)
번역 검토: 미겔(스페인어), Juyeon(영어), 미겔(일본어)
웹·SNS 게시: 에스텔
카드뉴스 디자인: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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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로마자 표기법: ijjok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완곡하게 돌려서 가리킬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게이’나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양성애자’ 등 직접적인 단어도 물론 사용되지만, 공공장소에서 대화한다면 이와 같은 완곡 표현을 자주 사용하곤 합니다. 넓게는 성소수자나 퀴어인 사람을 모두 가리킬 수 있으나, 좁게 사용되어 특정 집단만 가리키는 표현으로도 자주 사용됩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사람이 있는데, 이쪽인가 싶은데 잘 모르겠어”
“너 이쪽 아니지?”
일반
로마자 표기법: ilban
‘일반’은 비성소수자를 지칭합니다. ‘평범함, 보편적임’을 의미하는 한국어 단어 ‘일반’의 첫 음절인 ‘일’이 숫자 ‘1’을 의미하는 것에서 착안해, 성소수자(주로 동성애자)를 지칭하기 위해 ‘일(1)’을 ‘이(2)’로 바꾼 ‘이반’이라는 단어도 사용됩니다. ‘이반’이 점차 다른 표현으로 대체되는 와중에도 ‘일반’은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쟤는 일반이야. 꿈 깨.”
일스, 일틱
로마자 표기법: ilseu, iltik
앞서 소개한 ‘일반’에서 파생된 표현으로, 사회적 스테레오타입에 부합하는 비성소수자적인 태도와 용모를 가리킵니다. 비성소수자 자체를 가리키는 표현은 아니며, 성소수자들 중 행동이나 말투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여성성이나 남성성의 전형에 부합하는 경우에 사용됩니다. ‘일스’는 한국어 ‘일반’에 영어 ‘스타일’이 결합한 표현이고, ‘일틱’은 ‘한국어 ‘일반’에 영어에서 형용사를 만들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접미사 ‘-tic’이 결합한 표현입니다. ‘일스’는 레즈비언 공동체에서 명사로, ‘일틱’은 게이 공동체에서 ‘일틱하다’와 같이 형용사로 자주 사용됩니다.
“예쁜 일스 언니 만나고 싶다.”
“나 오늘 좀 일틱하지 않음?”
끼
로마자 표기법: kki
‘끼’는 여러 의미가 있는데, 가장 일상적인 의미로는 예체능적인 재능을 가리킵니다. 또 다른 의미로는 부정적인 함의를 갖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성과 함부로 사귀거나 관계를 맺는 경향이나 태도”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특히 게이 공동체에서 은어로 자주 사용되는데, 게이들이 가지고 있으면서 사회적으로 ‘여성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특유의 말투나 행동을 가리킵니다. 무언가를 잘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 ‘-순이’를 붙여 만든 단어 ‘끼순이’는 그러한 끼가 많은 게이를 가리킵니다.
“저 끼 없어요. 일틱해요.”
“온라인에서 친한 척 해도, 실제로 보고 나면 다들 은근히 무시해요, 끼순이라고.”
기갈
로마자 표기법: gigal
‘기갈’은 본래 ‘목마름과 배고픔’이라는 의미인데, 그에서 파생되어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이나 욕심이 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 표현은 게이 공동체에서 ‘기갈을 부린다’와 같이 동사형으로 자주 사용되는데, 드세고 공격적인 성격과 행동을 가리킵니다. 본인이 가진 게이성과 끼를 우악스럽게 내보이며 흥분된 상태를 일컫습니다.
헤남, 헤녀
로마자 표기법: henam, henyeo
영단어 ‘헤테로섹슈얼’의 첫 음절에 각각 ‘남성’과 ‘여성’을 뜻하는 ‘남’와 ‘녀’가 결합해 탄생한 신조어입니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이성애자 남성과 여성을 가리키는데, 주로 좁게 사용되어 시스젠더 이성애자 남성과 여성을 가리킵니다.
걸커
로마자 표기법: geolkeo
한국어로 ‘걸어다니는 커밍아웃’을 의미하는 ‘geoleodanineun keomingaut’에서 각 단어의 첫 음절을 따서 만든 단어입니다.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걸어다니는 모양만 봐도 퀴어인지 뻔히 알 것 같은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네가 게이인 걸 어떻게 알았냐고? 너 완전 걸커야.”
“너는 걸커라 길거리만 다녀도 성소수자 가시화 운동하는 거다.”
식, 노식
로마자 표기법: sik, nosik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 이상형 등을 의미합니다. 문맥에 따라 용례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대개 연애 상대나 섹스 상대 모두에 대해 사용할 수 있으며 주로 외모 취향을 의미합니다. ‘식성’의 첫 음절 ‘식’만 뗀 것을 어원으로 보고 있으며, ‘노식’은 ‘식’에 영단어 ‘no’를 결합해 탄생했습니다. 주로 ‘식 되다’, ‘노식이다’와 같이 활용합니다.
“저 사람 노식이야. 관심 없어.”
“식이 어떻게 되세요?”
텀
로마자 표기법: teom
영미권에서 자주 사용되는 ‘탑’과 ‘바텀’이라는 단어는 익숙하실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그 중 ‘바텀’을 줄여 ‘텀’이라고만 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깁, 텍, 온깁, 온텍
로마자 표기법: gib, tek, ongib, ontek
‘탑’과 ‘텀’이 “남성” 간 성관계에서 사용되는 용어라면 ‘깁’과 ‘텍’은 “여성” 간 성관계에서 사용됩니다. 각각 영단어 ‘give’와 ‘take’를 어원으로 두고 있습니다. ‘온깁’과 ‘온텍’은 영단어 ‘only’가 변형된 접두어로 결합한 단어인데, ‘깁만 하는 사람’과 ‘텍만 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긴머부, 짧머부
로마자 표기법: ginmeobu, jjalmeobu
영미권에서 자주 사용되는 ‘펨’과 ‘부치’이라는 단어도 익숙하실 것입니다. 이 중 ‘부치’의 외적 스타일을 가리키는 표현이 몇 있는데, ‘긴머부’와 ‘짧머부’는 각각 ‘긴 머리 부치’와 ‘짧은 머리 부치’에서 각 단어 첫 음절을 딴 표현입니다. ‘짧머부’는 같은 의미로 ‘단발 머리 부치’를 줄여 ‘단머부(danmeobu)’라고도 합니다.
독자 여러분이 더 알고 있는 표현이 있나요? 한국 성소수자·퀴어 공동체에서 사용되는 더 많은 표현을 추후 글에서 이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래에 독자 의견란에 나누고 싶은 표현을 공유해주세요!
원문 작성: 미겔
원문 검토: 희중
번역: 희중(스페인어), 지니(영어), 우산(인도네시아어), 보꾸(일본어), 미겔(카탈루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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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한국어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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