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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축복한 이동환 목사 결국 출교

이동환 목사는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교인들의 축복식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교단에서 쫓겨났다. 성소수자 교인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곳은 좁아져야만 할까.

  • 원문 작성: 레이

  • 원문 검토: 미겔

  • 번역: 희중(스페인어), Juyeon(영어), 보꾸(일본어), 미겔(카탈루냐어), 비안네(프랑스어)


지난 2019년 8월 제 2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는 특이한 광경이 연출되었습니다. 제 1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는 보수 기독교계의 적극적인 방해 공작으로 제대로 열리지 못한 것과 대비되게, 기독교 목회자들의 참여가 돋보였습니다. 당시 감리회의 이동환 목사는 장로회 임보라 목사, 성공회 김돈회 사제와 함께 연단에 올라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을 축복하고, 이들을 환대한다는 의미로 꽃잎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그림 1)1.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보수적인 감리회 목회자들 사이에서 이동환 목사를 처벌하라는 요구가 잇따랐고, 감리회 내 충청연회 동성애대책위원회와 ‘인천 건강한 사회를 위한 목회자 모임’ 등이 이동환 목사를 목사가 속한 경기연회에 고발하였습니다. 이후 이동환 목사는 경기연회 재판위원회에 기소되었고, 2년 정도의 지지부진한 교회 재판을 거쳐, 작년 10월 최종적으로 정직 2년의 징계를 확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동환 목사는 이에 굴하지 않고, 2021년 인천 퀴어 문화 축제, 2022년 서울 퀴어 문화 축제 등에 참석하여, 축복식을 진행하였습니다.



연단에 올라 인천 퀴어 문화 축제 참가자들을 축복하며, 꽃잎을 뿌리는 이동환 목사.(출처: 한겨레)
연단에 올라 인천 퀴어 문화 축제 참가자들을 축복하며, 꽃잎을 뿌리는 이동환 목사.(출처: 한겨레)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만으로 출교

정직 2년과 더불어 이동환 목사는 추가적으로 올해 6월 ‘동성애 찬성 동조’라는 혐의로 반동성애 진영의 감리회 목회자와 장로 7명으로부터 고발을 당했습니다2. 감리회는 ‘동성애 찬성 동조'를 지난 2017년부터 별다른 공론화 및 입법 과정 없이 감리회법 3조 8항으로 처벌하고 있는데요. 그 내용을 “마약법위반, 도박 및 동성애"라고 명시함으로써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범죄인 마약사범과 같은 범주로 묶고 있고, 개정 및 그 후에도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3 재판부는 해당 조항을 이용해 얼마전 12월 8일 경기 연회 본부에서 진행된 선고공판에서 감리회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출교를 선고하였습니다. 앞선 재판에서 징계가 선고 되었음에도, 축복식 집회를 동일하게 진행했기에 가중처벌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감리회 내부에서도 교리적 목적으로 소속 목사에게 출교 판결을 내린 것은 1992년에 있었던 출교 결정 이후로 31년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출교 결정은 목사직 박탈 뿐만 아니라 감리회 신자로서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최고 수준의 징계입니다.


이동환 목사는 출교 결정 후 기자회견에서 “출교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익스커뮤니케이션(excommunication), 소통을 끊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랬다. 재판 내내 저는 거대한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저분들은 이미 소통할 마음 자체가 없었던 것 같다. 그게 참 안타깝고 속상하다”며, “저들이 죄인이라 낙인 찍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사랑과 우애로써 더 많은 연결을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의 연결은 선이 되고 면이 되어 마침내 집으로 지어질 것이다. 우리는 결국 그런 감리회, 그런 한국교회를 꿈꾼다. 지금 이 출교 판결이 그 꿈을 막아서지 못한다”며, “결국 사랑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동환 목사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은 해당 재판 결정을 비판하였습니다.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목사 공동 대책 위원회’는 “성소수자를 성도로 존중하며 존귀하게 여기는 목사에게 출교를 선고한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배척하는 일이며,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을 위해 축복기도를 하고, 목회적 돌봄을 위해 자원한 활동에 관해 출교를 선고한 것은 수십년, 혹은 평생 신앙생활을 함께해 온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에게 교회와 교단의 울타리 밖으로 퇴출을 선언한 것이며, 성소수자와 수많은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었을 뿐 아니라,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비판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변호인단은 감리회 교회법 및 선고 판결이 잘못되었고, 이를 사회법을 통해 효력 정지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해당 결정의 무효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감리회 경기 연회 본부 선고 공판 직후, 이동환 목사와 교인들, 지지자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뉴스앤조이)
감리회 경기 연회 본부 선고 공판 직후, 이동환 목사와 교인들, 지지자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뉴스앤조이)

성소수자 교인들이 머물 곳은 어디에

이동환 목사가 퀴어 문화 축제에 참여하여 성소수자 축복 집회를 한 것의 배경은 성소수자 교인들이 겪는 어려움과 깊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동환 목사는 2020년 정직 징계 기소 이후 인터뷰에서, “지인이 교회에 등록하고 신앙생활을 하던 중 커밍아웃을 했다. 그 전에는 나도 동성애포비아에 가까웠다.” 그 후 공부를 하며 “구약에 켜켜이 흐르는 환대 정신과 신약의 예수의 삶을 보면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너무나 명확하구나 깨달았다. 관념적으로 알고 있던 존재가 내 눈앞에 나타났을 때 인식이 지평이 넓어진다는 걸 경험했다. 그분이 나를 믿고 커밍아웃을 해준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라며, “우리 교회에서 처음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다.조금씩 대화를 해나가면서 의견을 나누었고, 무엇보다 신뢰 관계가 쌓이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존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성소수자에 대해서도 무작정 혐오할 것이 아니라, 안전한 장소에서 경청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논의조차 당사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뼈아픈 점이다. 교회 안에 있는 성소수자 성도들은 아마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소위 열려 있다고 찾아간 교회에서조차 아직 준비되지 않은 부분으로 차별적 시선을 받는 것은 더 힘든 일일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성소수자 교인들은 교회라는 믿음의 공간에서 차별적 시선을 받는 어려움을 늘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소수자들끼리만 모이는 교회로 가는 사람도 있고, 처음부터 안식처로 기능하는 안전한 교회를 찾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정체성을 밝히지 않은 성소수자 교인들은 교회 안에서 다른 비성소수자 교인들과 똑같이 세례와 성찬을 받으며 생활합니다. 정체성을 밝히게 되면 그들은 이동환 목사가 받은 징계처럼, 세례와 성찬도 무효가 되는 것일까요?


이동환 목사가 축복 집회를 한 2019년 제 2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는 성소수자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제 1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가 기독교를 주축으로 한 반동성애 혐오 세력의 폭력사태로 저지되어 제대로 열리지 못하였고, 그런 와중 이동환 목사의 참여는 기독교 계가 ‘혐오’하지 않고, ‘포용’하는 것을 보여주며, 현장에 참여한 성소수자 교인들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동환 목사가 출교 결정이후 SNS를 통해 “교단이 저를 쫓아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우리가 함께 꾸는 이 꿈을 빼앗지는 못합니다. 사랑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사랑이 승리할 것입니다.” 밝힌 것처럼, 교단의 출교 결정을 단호히 비판하며, 감리회 내부에도 많은 성소수자 성도들이 존재함을 교단이 명심해야 합니다. 결국 사랑이 승리함을 확신합니다.




 
  • 원문 작성: 레이

  • 원문 검토: 미겔

  • 번역: 희중(스페인어), Juyeon(영어), 보꾸(일본어), 미겔(카탈루냐어), 비안네(프랑스어)


참고자료 (한국어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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