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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성소수자에게 코로나19 대유행이 준 영향

한국의 성소수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차별과 혐오에서 기인한 낙인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다. 낙인은 그 자체로도 부당할 뿐만 아니라,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것에도 많은 해악을 끼친다.

  • 원문 작성: 에스텔

  • 원문 검토: 권태,미겔

  • 번역: 미겔(스페인어), 동치(영어), 우산(인도네시아어), 가리(일본어), Van(중국어), 미겔(카탈루냐어)

지난 3년간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는 전세계에 큰 영향을 주었고, 여전히 그 영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감염병의 확산 속에서 개인이 받는 영향은 그 사람이 속해 있는 집단에 따라 다른만큼 성소수자들 역시 고유한 맥락의 문제들을 겪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성소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간략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K-방역 이면의 낙인

한국은 초기에 효과적인 방역으로 많은 찬사를 받았습니다. 2020년 초에는 ‘K-방역’이라는 말이 인기를 얻기도 했고 이 덕분에 당시 여당이 2020년 4월에 있었던 총선에서 압승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태원지역 방문자 익명검사 전국 확대, 서울특별시x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 우리 지금 바로 검진받자, 나와 커뮤니티를 지켜요!”라고 적혀 있는 이미지. 하단에는 성소수자 단체들의 전화번호 및 운영시간이 적혀 있다. (출처: BBC Korea)
“이태원지역 방문자 익명검사 전국 확대, 서울특별시x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 우리 지금 바로 검진받자, 나와 커뮤니티를 지켜요!”라고 적혀 있는 이미지. 하단에는 성소수자 단체들의 전화번호 및 운영시간이 적혀 있다. (출처: BBC Korea)

하지만 성소수자들에게는 2020년 5월 초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당시 방역을 이유로 개별 확진자에게 식별번호를 부여하고 최근 이동동선을 공개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이 중 ‘용인 66번’이라는 식별번호가 부여된 확진자의 동선에 이태원에 소재한 게이클럽들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게이클럽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되면서 사람들은 이를 ‘이태원 게이클럽 집단감염’과 같은 식으로 지칭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언론과대중은확진자의성적지향에집중하여자극적인말을쏟아내었고, 성소수자들을무책임한집단으로낙인찍었습니다. 다른확진자의동선에서발견된또다른성소수자공간에대한자극적인컨텐츠가업로드되었고근본주의기독교신자들은이태원현장에서시위를벌이기도했습니다. 정부는성소수자라는낙인으로인해검사를받지않고숨어드는확진자의검사를유도하기위해익명검사를도입하기도했지만, 통신사로부터근방기지국권역내에있던사람들의개인정보를일괄적으로제출받는등전례없는행정까지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질병에 취약한 특정 집단을 낙인찍고 타자화하는 것이 오히려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것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기독교 언론매체인 크리스천투데이가 유튜브에 "'탈동성애 목사'가 말하는, 이태원 게이클럽과 찜방"이라는 제목으로 성소수자 공간과 코로나19를 연관지어 올린 영상 썸네일 캡처. (출처: 유튜브 캡처)
기독교 언론매체인 크리스천투데이가 유튜브에 "'탈동성애 목사'가 말하는, 이태원 게이클럽과 찜방"이라는 제목으로 성소수자 공간과 코로나19를 연관지어 올린 영상 썸네일 캡처. (출처: 유튜브 캡처)

당시의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는 이른바 ‘인천 거짓말 학원강사’라고 언급되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이태원 등을 방문했다가 확진된 한 학원강사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공포심 등의 이유로 거짓 진술을 하였고, 그로 인해 7차 감염까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낙인은 방역을 무력화한다

여기서 집중해야 하는 점은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맥락입니다. ‘이태원 게이클럽 집단감염’과 ‘인천 학원강사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언론과 대중이 쏟아낸 반응은 성소수자 혐오발언의 전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역에 구멍을 냈으니 비난받아 마땅하다’라는 논리로 정당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상 방역에 구멍을 내고 있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낙인과 혐오발언을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입니다.


왜 이 학원 강사는 거짓말을 해야만 했을까요? 이 학원강사가 다녀간 클럽이 흔한 ‘이성애자들의 클럽’이었다면 여전히 공포심에 시달렸을까요? 만약 대한민국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동성혼이 법제화되고,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나라였다면 그 학원강사가 법적 위험을 감수하면서 거짓말을 하였을까요? 가족, 친구, 직장, 지역사회가 성소수자에 대해 포용적인 분위기였다면 그런 일이 발생하였을까요? 성소수자 차별에 침묵했던 사회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고 국가는 개인을 단죄하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청년 성소수자들의 마음에 남은 당시의 흔적

성소수자 집단에 대한 사회의 낙인은 개인의 삶에도 흔적을 남겼습니다. 성소수자 인권 연구단체인 ‘다움’(다양성을 위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은 ‘2021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 조사’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한국의 청년 성소수자들이 이런 기억들을 어떻게 내면화하였는지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태원 게이클럽 집단감염’이라는 낙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게이와 트랜스남성들은 다른 성소수자들과 달리 코로나19 감염 자체보다 주변으로부터의 비난이나 피해에 대한 걱정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로 걱정되는 점에서 ‘역학조사로 성소수자 정체성이 원치 않게 밝혀지는 것’,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기반한 낙인과 차별을 경험하는 것’, ‘이태원 등 성소수자 공간이 대중적으로 노출되는 것’ 등을 언급했습니다.


'다움' 결과보서의 코로나19 관련 부분. (출처: 다움)
'다움' 결과보서의 코로나19 관련 부분. (출처: 다움)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기도 전에 원숭이두창 이슈가 부상하며 성소수자들은 또다시 낙인의 공포를 경험했습니다. 성소수자와 질병이 맺는 관계는 복잡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질병에 취약한 특정 집단을 낙인찍고 타자화하는 것이 오히려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것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AIDS 위기에서도 그랬고 한국의 HIV/AIDS 대책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이 되어야 사회의 건강과 행복이 증진될 수 있음을 모두가 깨닫길 바랍니다.



 
  • 원문 작성: 에스텔

  • 원문 검토: 권태,미겔

  • 번역: 미겔(스페인어), 동치(영어), 우산(인도네시아어), 가리(일본어), Van(중국어), 미겔(카탈루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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