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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지워진 성소수자: 성소수자를 볼 수 있는 자유는 어디에

최근 여러 방송 매체에서 성소수자 컨텐츠를 검열하여 삭제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모두 제대로 된 근거는 없다.

  • 원문 작성: 레이

  • 원문 검토: 미겔

  • 번역: 희중(스페인어), Juyeon(영어), 우산(인도네시아어), 보꾸(일본어), 미겔(카탈루냐어), 비안네(프랑스어)


최근 성소수자를 전면에 내세우는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음악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송사들이 이런 성소수자 콘텐츠를 규제하고 있어, 많은 성소수자 콘텐츠가 삭제당하고 있습니다. 최근 방송가에서 성소수자 콘텐츠를 검열한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2021년, SBS ‘보헤미안 랩소디’ 동성키스 삭제

SBS는 지난 2021년 설 연휴에 설날특선영화로 ‘보헤미안 랩소디’를 상영하였습니다. 해당 영화는 한국에서 994만 관객을 돌파해, 역대 외화 관객 수 6위로 등극할 정도로 흥행한 영화이기에 설날특선영화로 선정되어 상영을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인 프레디 머큐리가 양성애자이기에 영화에 동성 간 키스 장면이 포함되었는데, 방송사는 이를 임의로 삭제하거나 흐림 처리한 뒤에 상영하였습니다. SBS 측은 “지상파에서 15세 이상 시청가로 방송하는 설 특선 영화라는 고려한 편집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림 1. SBS가 2021년 설특선영화에서 삭제한 프레디 머큐리와 그의 연인이 키스하는 장면.
그림 1. SBS가 2021년 설특선영화에서 삭제한 프레디 머큐리와 그의 연인이 키스하는 장면.

이에 누리꾼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모욕과 검열”이라는 비판을 제기하였습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은 “너무나 차별적인 조치이고, 이성애와 동성애를 다른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 드러나는 사례이다. 키스든 성관계든 그것을 동의에 기반한 사랑의 표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성애는 좋고 당연한 것이고 동성애는 이상하고 틀린 것, 변태적이고 음란한 것이라는 식으로 여기고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으로 삼는 것이 드러난 사례라고 할 수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실제로 이성애자 커플의 키스신 같은 경우는 12세 관람가에서 상영이 가능한 반면, 동성 키스신과 관련해서는 규제가 제각각입니다. 한참 전인 2008년 개봉된 한국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는 동성간의 키스가 스크린에 담기는데 15세 관람가를 받았으며, ‘보헤미안 랩소디’ SBS 방영과 같은 연도에 스크린에서 상영된 ‘이터널스’는 영화에 동성 키스신이 나왔지만 12세 관람가로 선정되었습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후, 성소수자단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SBS가 동성 간 키스 장면을 검열하여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드러낸 것이라는 취지의 민원을 방송통심의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안건을 ‘각하’ 3인, ‘권고’ 1인, ‘문제 없음’ 1인으로 각하하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키스신 삭제와 모자이크는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면서도, “특정한 사람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기에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조사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해당 진정을 각하했습니다. 그러면서 “SBS는 성소수자가 평등하게 보여질 수 있도록 방송 편성 시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했습니다.


국내 방송에서 동성 간 스킨십 장면에 대한 ‘검열’ 혹은 ‘편집’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2015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여고생 간 키스 장면을 방송한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에 징계를 내렸습니다. 당시 방심위는 <선암여고 탐정단>에 중징계인 ‘경고’를 내리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동성애를 소재로 다루면서 여고생 간의 키스 장면을 장시간 클로즈업해 방송한 것은 방송심의 규정을 위반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방송 불가 사유: 동성애

방송가는 단지 동성 간의 스킨십을 검열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성소수자를 언급하는 내용이나 성소수자 당사자들에 대한 검열 또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1년 12월 31일, 서울시가 주최한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식 행사에서, 댄스팀 라치카는 성소수자 앤썸(anthem)으로 대표되는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에 맞춰 춤을 췄습니다. 하지만 가사 중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부분의 가사가 삭제되었습니다. 서울시는 고의성이 없고, 공연 시간과 방송 심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편집하였다고 해명하였지만, 손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주최 측이 메세지와 맥락을 삭제하고 퍼포먼스만 가져와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그저 힙한 대중문화로만 소비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였습니다. 그는 “심의 등을 이유로 성소수자 이야기가 대중매체에서 계속 삭제되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배제하는 것 역시 차별의 한 단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림 2. 지난 12월 16일 발표된 라이오네시스의 싱글 ‘It’s OK to be me’의 사진
그림 2. 지난 12월 16일 발표된 라이오네시스의 싱글 ‘It’s OK to be me’의 사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성소수자로 구성된 한국 보이그룹 라이오네시스의 2022년 12월 17일 신곡 “잇츠 오케이 투 비 미(It’s OK to be me)”가 MBC의 방송 심의 결과 ‘동성애’를 이유로 방송 금지 판정을 받았습니다. “난 태초부터 게이로 설계됐어. 내 주께서 정했어”라는 앞선 “본 디스 웨이”와 비슷한 결의 가사가 심의에 저촉된 것입니다. 더욱이 충격적인 것은 라이오네시스가 공개한 MBC 심의팀의 음원 심의 결과 통보 문자에는 ‘불가 사유: 동성애’라고 적혀 있고, ‘동성애’라는 세 글자 이외에 다른 설명을 적혀져 있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외신을 비롯한 언론 매체에서 이 사안을 다루고 세계 각지의 팬들이 항의 메세지를 보낸 끝에 MBC의 결정은 번복되었습니다. 재심 과정을 통해 “방송 적합”으로 심의 결과가 정정되었고, 해당 사건과 관련된 일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다양한 성소수자 연예인들이 방송에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는 반면 이러한 심의 사건들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이승한 칼럼니스트는 한국의 미디어는 성소수자 이슈를 다룰 때 그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 주목하였고, 설령 그것이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알리겠다는 선의에서 비롯된 접근이라고 해도, 은연 중에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당한 동료 시민’을 향한 연대가 있어야 할 자리를 ‘불쌍한 성소수자를 돕자’라는 시혜적인 시선으로 대체해온 측면도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합니다.


지난 2021년, 퀴어영화인 ‘윤희에게’로 한국에서 권위 있는 영화상 중 하나인 청룡영화상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임대형 감독은 “저희 영화 “윤희에게”는 퀴어 영화다. 이 당연한 사실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방송을 보신 분 중 아직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모르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다. 지금은 LGBTQ 컨텐츠가 자연스러운 2021년이다. 그게 정말 기쁘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임 감독의 수상소감처럼 LGBTQ 컨텐츠가 자연스러운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 원문 작성: 레이

  • 원문 검토: 미겔

  • 번역: 희중(스페인어), Juyeon(영어), 우산(인도네시아어), 보꾸(일본어), 미겔(카탈루냐어), 비안네(프랑스어)


참고자료 (한국어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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