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모두의 화장실 운동을 둘러싼 ‘논란’에 대하여
원문 작성: 권태
원문 검토: 레이, 미겔, 에스텔, 희중
번역: 미겔(스페인어), 동치(영어), 보꾸(일본어), Van(중국어), 미겔(카탈루냐어), 미아(프랑스어)
여러분은 대학 건물 안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해 본 적이 있나요? 여러분이 사는 지역에 따라, 또 건물마다 화장실의 형태는 다르겠지만, 한국에 있는 대학은 대부분은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로 나눠져 있습니다. 여기에 장애인 화장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거나, 각 화장실 안에 따로 칸으로 마련되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의 화장실은 누군가에겐 편히 이용할 수 없는 공간입니다. 특히 남녀라는 성별 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 퀴어들이 그러한데, 이는 한국의 대학 공동체에서 ‘모두의 화장실’이 논의되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지난 3월 16일, 성공회대학교에서는 논의가 시작된 지 5년만에 ‘모두의 화장실’이 설치되었습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의 정의에 따르면, ‘모두의 화장실’이란 비장애인과 장애인, 성인과 아동,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에 맞춰 설계된 기존의 화장실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은 공간입니다. 즉, 장애인과 아동, 성별 이분법을 벗어난 사람들도 편히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1인 화장실로, ‘정상성’으로부터 배제된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입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의 시선은 ‘모두의 화장실’이 설치되기까지의 합의보다도 갈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특히 ‘모두의 화장실’이 가진 여러 특성 중 오직 ‘성중립’이라는 특성만을 부각하며 화장실 설치를 둘러싼 반대 의견을 강조했는데요, 그 배경에는 퀴어에 대한 잘못된 이해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움트고 있는 트랜스젠더 배제적 운동 진영(TERF, transgender-exclusionary radical feminist)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의 화장실은 누군가에겐 편히 이용할 수 없는 공간입니다. 특히 남녀라는 성별 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 퀴어들이 그러한데, 이는 한국의 대학 공동체에서 ‘모두의 화장실’이 논의되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사실 성중립 화장실은 낯선 모습이 아닙니다. 이미 우리의 주변에는 가정 내부의 화장실이나 비행기의 화장실처럼 성별의 구분 없이 사용되는 화장실이 존재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배설과 위생적 행위를 수행하는 아주 사적인 화장실을 마주했을 때, 그곳에 성별의 구분이 전제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별다른 위화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두의 화장실’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성중립 화장실’이라는 단어를 오도하며 ‘모두의 화장실’이 성소수자가 아닌 시민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대결구도를 만들어냅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에 앞장서온 세력은 ‘동성애 조장’과 ‘여성에 대한 성범죄의 위험성 증가’를 주장하며 성공회대의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반대해 왔습니다. 이처럼 성소수자에게 열린 공간을 여성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논리는 낯설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자 한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혐오세력은 성소수자의 존재와 여성의 안전을 대립하는 가치로 상정하며 이 법안에 포함된 성정체성 관련 조항을 문제시했습니다.
한국의 트랜스젠더 배제적 운동 진영 역시 성소수자의 권리와 여성의 안전을 대립적 구도로 몰아가고는 합니다. 지난 2020년 2월에는 법원에서 성별정정을 완료한 MTF 트랜스젠더 학생이 숙명여자대학교 내외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숙명여자대학교 입학을 포기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한국에는 여성의 교육 신장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여성만 입학할 수 있는 대학이 여러 곳 있는데, 수도인 서울 시내에 위치한 숙명여대도 그 중 한 곳입니다. 당시 숙명여대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에서 TERF 세력이 조직되었고, 이들은 연대성명에서 이 사건을 “여자들의 공간과 권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역시 여성과 성소수자의 이분적 대립을 전제로 성소수자의 권리 보장을 제지하는 시도에 해당합니다.
성중립 화장실이 그랬던 것처럼, 성소수자의 권리는 너무나도 쉽게 정치적인 것으로, 하나의 '논란'거리로 취급되고는 합니다. 대학에서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대학 구성원이 화장실에 갈 권리는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권리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화장실'은 ‘정치적’이라는 꼬리표를 부여받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두의 화장실’ 운동 진영에서 사용한는 ‘오줌권’이라는 적나라한 표현은 성소수자와 연결되어 획득되어버린 정치성을 해체하고, ‘자유롭게 화장실을 사용할 권리를 가진 몸’과 ‘화장실이라는 공간’의 기본적 속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공회대 학생복치처장 박경태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내) 공론장 속 의견에 따르면 건설 자체에는 반대하는 의견이 없”었다는 점을 학생의 여론으로 해석해 학교 본부의 사업으로 끌어왔음을 밝혔고 이를 통해 ‘모두의 화장실’을 완성했습니다. 이제는 ‘모두의 화장실’이라는 운동을 다른 대학으로, 또 한국 사회 전반으로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성소수자에게 열린 공간이라는 이유로 제기되었던 수많은 반론과 그에 묻혀 충분히 발화되지 못한 다른 권리에 대한 논의가 개진될 때까지 이 운동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원문 작성: 권태
원문 검토: 레이, 미겔, 에스텔, 희중
번역: 미겔(스페인어), 동치(영어), 보꾸(일본어), Van(중국어), 미겔(카탈루냐어), 미아(프랑스어)
참고자료 (한국어 자료)
コメン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