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심에서 패소 이후, 김용민·소성욱 부부는 항소를 진행하였다. 지난 2월 고등법원은 이들의 부양자·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했다.
원문 작성: 레이
원문 검토: 미겔
번역: 루비(베트남어), 희중(스페인어), Juyeon(영어), 우산(인도네시아어), 보꾸(일본어), 사락(중국어), 미겔(카탈루냐어), 비안네(프랑스어)
2020년 건강보험공단은 동성부부인 김용민·소성욱 부부의 부양자·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였습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소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취소하였습니다. 이 부부는 소송을 진행하였고, 1심에서 동성부부의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지 못해 패소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난 글을 참고) 이후 진행한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건강보험공단에 동성부부와 사실혼이 어떤 본질적 차이가 있는지를 건강보험공단에 요구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를 보였습니다.
법원에서 동성 부부의 지위를 처음으로 인정하다
2023년 2월 21일, 2심 재판부는 1심의 판결을 뒤집고, 김용민·소성욱 부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들이 사실혼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동성 간 결합이라는 이유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동성 부부’라는 표현 대신에 ‘동성 결합 상대방’이라는 에두른 표현을 사용한 재판부는 소씨와 김씨를 두고 “동성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이성 간) 사실혼과 같은 생활공동체 관계에 있는 사람의 집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성 간) 사실혼 배우자 집단과 동성 결합 상대방 집단은 이성인지 동성인지만 달리할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건보공단이) 이성 관계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해서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동성 관계인 동성 결합 상대방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대우’라며 건보공단의 처분이 잘못됐다고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의 의의를 언급했습니다. 한국은 소득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소득이 없는 사람도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2인 부부로 이뤄진 가정에서 한 사람만 소득이 있다면,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도 ‘피부양자’ 지위를 부여해 보험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식입니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의 피부양자 제도는 경제적 능력이 없어 직장 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지하는 사람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대 변화에 따라 건강보험 혜택의 대상이 되는 가족의 개념이 변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피부양자 제도의 적용 범위를 법적으로 정의된 가족에만 한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누구나 어떤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며 “소수자에 속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르다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인권 최후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동성부부를 아직 혼인관계라고 판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가족공동체의 개념이 변화하는 만큼 동성 결합이라 하더라도 사회보장 제도로써 보호해야 한다는 점, 소수자라는 이유로 이들을 사회보장 제도에서 제외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법원이 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증진하고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적극적인 책무라는 점을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한 점입니다. 이는 동성부부의 사회적 권리를 인정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한 점에서 더욱 더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건강보험공단, ‘동성결합 건보 피부양자 인정’ 판결 불복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은 2심 재판 결과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미 일본에서 2015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동성 파트너십’ 제도나 지난 2019년 대만 동성 결혼 법제화와 대조적으로, 건보공단은 사회적 소수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으려 부단한 법정 싸움을 진행 중입니다.
판결 이후 김용민·소성욱 부부는 법원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동성 부부[가] 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모든 사람의 승리”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용민·소성욱 부부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밝힌 바와 같이, 이성 부부였다면 문제 없이 수령했을 배우자의 등기 우편을 수령하지 못하는 등의 재판의 필수적인 과정에서 여러 차별 또한 있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삶의 곳곳에서 차별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감격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이번 판결이 건강보험이라는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더 많은 변화를 위한 초석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원문 작성: 레이
원문 검토: 미겔
번역: 루비(베트남어), 희중(스페인어), Juyeon(영어), 우산(인도네시아어), 보꾸(일본어), 사락(중국어), 미겔(카탈루냐어), 비안네(프랑스어)
참고자료 (한국어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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