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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들에게 가족의 권리를 부여하는가? -동성부부와 건강보험공단 소송에 관하여

지난 2020년 건강보험공단은 동성 부부를 서로의 배우자로 인정했다. 하지만 그 결정은 손바닥 뒤집듯이 뒤바뀌었다. 현재 동성 부부는 서로를 배우자로 인정받기 위한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항소심이 진행 중인 지금, 현 재판부는 평등의 원칙을 주요 재판 준거로 삼았다.

  • 원문 작성: 레이

  • 원문 검토: 미겔

  • 번역: 희중(스페인어), Juyeon(영어), 보꾸(일본어), 사락(중국어), 미겔(카탈루냐어), 비안네(프랑스어)

그림 1. 김용민(좌), 소성욱(우) 부부가 신혼집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웃고 있다. (출처: 한겨레21)
그림 1. 김용민(좌), 소성욱(우) 부부가 신혼집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웃고 있다. (출처: 한겨레21)

지난 2020년 2월 김용민(30) 씨는 자신의 동성 배우자인 소성욱(29) 씨를 피부양자로 건강보험공단에 등록했습니다(그림 2). 김용민 씨는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이기에 직장에서 건강보험료를 일정 부분 내줘 훨씬 저렴한 가격에 건강보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뿐더러, 직장가입자의 배우자·형제자매 등은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 이하인 경우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동성부부는 한 번도 피부양자 인정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2020년 2월 김용민 씨가 건강보험공단에 “동성부부이지만 결혼식을 마친 사실혼 관계”라는 점을 밝히며, 피부양자 등록이 가능한지 문의한 결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법적인 혼인 관계가 아닌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도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라고 답하였고, 이에 따라 소 씨는 김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하였습니다. 그 결과 건강보험공단에서 서로를 배우자 관계로 인정하고, 김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림 2.김용민 ·소성욱 부부를 '배우자'관계라고 인정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누리집 화면 (출처: 한겨레21)
그림 2.김용민 ·소성욱 부부를 '배우자'관계라고 인정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누리집 화면 (출처: 한겨레21)

동성 배우자 인정은 행정적 실수?

하지만 해당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건강보험공단은 2020년 10월 일방적으로 소 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취소하였습니다. 동성 배우자는 피부양자가 될 수 없으며 지난번 등록 조처는 실수였다는 것입니다. 소씨 부부는 곧바로 소송을 냈습니다.


소 씨는 재판에서 “건강보험공단은 혼인신고 전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에 대해서도 필요한 서류를 구비한 경우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왔다. 이성부부였다면 의심의 여지없이 혼인 의사를 가진 커플로 인정돼 이런 소송을 할 필요가 없다. (이성부부와 다른 점은) 성별의 차이뿐이다. 원고와 남편은 실제 거주를 함께하는 경제공동체인데, (배우자 성별이) 여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 위반에 해당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림 3. 김용민 소성욱 부부가서울행정법원 앞에서소장을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그림 3. 김용민 소성욱 부부가서울행정법원 앞에서소장을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올해 1월 법원은 건강보험공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민법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 우리 사회의 일반적 인식을 모두 모아보더라도 혼인은 여전히 남녀의 결합을 근본 요소로 한다고 판단되고, 이를 동성 간 결합까지 확장해 해석할 근거가 없다”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혼인 제도란 사회 문화적 함의의 결정체인 만큼 원칙적으로 입법의 문제”라며, “우리나라 안에서 구체적인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개별 법령의 해석만으로 혼인의 의미를 동성 간 결합으로까지 확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2022년 10월 13일 (목)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김용민·소성욱 부부가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증언을 하였습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해당 사건에 대해 질의하자,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라며 사과를 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김용민·소성욱 부부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취소는 평등권 침해

해당 동성부부가 건강보험공단에 문의하였을 때,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는 피부양자 자격이 인정이 되었다고 답변이 왔고, 따라서 당시는 사실혼 관계가 인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동성부부의 피부양자 자격이 알려지자 전화 한 번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취소한 것은 해당 결정이 행정적인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이고 차별적인 결정이라는 사실을 반증합니다. 또한 건강보험공단이 사실혼 배우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이유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함에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의 결정은 동성 부부가 건강보험을 다른 이성 부부처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명백한 평등권의 침해입니다.


또한, 서울행정법원이 해당 배우자에게 패소 판정을 내린 이유도 비겁합니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입법의 문제라며 해당 문제 해결의 책임을 입법부로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1심에서 가족법 전문가 증인으로 출석한 차선자 전남대 로스쿨 교수는, “(이성 간 혼인만 인정하는) 민법상 사실혼과 사회보장에서의 사실혼은 그 출발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 다르게 해석되어야 한다. 사회보장은 개인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해석되어야 하므로, 동성 간 사실혼도 최대한 인정하는 게 사회보장제도 취지에 맞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차 교수의 주장대로 해당 판결은 민법을 따르느냐 혹은 사회보장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느냐를 판단하는 온전한 재판부의 소관입니다. 재판부의 판결은 건강보험공단이 국민의 건강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사실혼을 인정하는 제도적 취지에 반하며, 입법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비겁한 판결입니다.


이렇게 입법부와 사법부가 동성부부의 기본권을 외면하는 동안, 동성 부부들은 일상적인 차별과 더불어 국가로부터 인정받는 기본적인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심각한 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앞선 국정감사에서 “다수 다른 나라들도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기본권 보장 및 차별 예방을 위해 의료보험, 연금, 병원 입원 시 면회권 등을 우선 보장했다.”처럼 말했 듯이, 동성부부는 서로의 건강과 죽음에 대한 심각한 차별과 그에 따른 공포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동성 부부도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당연히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과 1심 재판부의 결정은 차별적이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의 결정은 동성 부부가 건강보험을 다른 이성 부부처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명백한 평등권의 침해입니다.

'평등의 원칙'이라는 새로운 국면

지난 11월 4일 법원으로부터 분위기를 반전하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2심 재판부는 건강보험공단에 동성부부와 이성부부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의견 제출을 요청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이성 사실혼 부부는 법적으로는 부부가 아니지만 건강보험공단의 재량에 따라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받고 있는데, 재판부는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보아 동성부부에 대해서도 동일한 평등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2심 재판부가 밝힌 내용과 같이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동성부부를 사실혼으로 인정하냐 여부가 아닙니다. 이 사건의 원인은 동성 부부와 이성 부부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편견에서 시작한 차별적인 행정이었습니다. 2심 재판부의 전향적인 판결을 촉구하며, 동성부부를 위한 기본적인 권리가 지켜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원문 작성: 레이

  • 원문 검토: 미겔

  • 번역: 희중(스페인어), Juyeon(영어), 보꾸(일본어), 사락(중국어), 미겔(카탈루냐어), 비안네(프랑스어)

참고자료 (한국어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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