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은 한국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면입니다. 아직 성별 이분법적인 구조가 만연한 케이팝 산업 속에서 떠오르는 퀴어 케이팝 아이돌 QI.X를 만났습니다. 상처 주지 않는 음악과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 나가는 QI.X의 프린, 지국, 맥, 센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원문 작성: 미겔
원문 검토: -
번역: 희중(스페인어), 지니(영어), 우산(인도네시아어), 츠키(일본어), 사락(중국어), 미겔(카탈루냐어), 비안네(프랑스어)
QI.X
We are QI.X! 안녕하세요, 퀴어 아이돌 QI.X입니다. 저희는 성별 이분법적인 케이팝 산업과 장르의 경계를 풀어헤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QI.X에서 QI는 ‘퀴어 아이돌’이고 X는 ‘정의 내려지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이란 의미예요.
프린 Prin
저는 리더 프린이고요. 춤이나 작곡을 배워가고 있고 케이팝의 범주에 들어가는 모든 것에 강합니다.
지국 jiGook
QI.X의 지국입니다. 싱어송라이터를 메인으로 드랙이랑 사진, 글, 프리스타일 댄스 등 여러 작업을 하고 있어요.
맥 Maek
저는 맥이고요. 고음 발사를 맡고 있습니다. QI.X 활동 외에는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센 Sen
QI.X에 새로 합류하게 된 센입니다. 춤과 안무를 맡고 있어요.
*멤버 유라(Youra)는 현재 활동 휴식기이다.
Q.
정체성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어요.
맥 Maek
저는 젠더퀴어고요. 아직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 정체성을 표현할 단어를 못 찾아서, 유교섹슈얼이라고 말해요. 그냥 만들어 낸 말인데, 보수적이어서 멤버들이 트월킹 얘기하고 그러면 고통받는 걸 담당하고 있거든요.
프린 Prin
전 일단 시스젠더는 아니다 싶어서 트랜스젠더 퀴어 논바이너리라고 소개해요. 아직 탐색 중인데 이 탐색이 끝날 것 같지는 않아요. 유동적인 것 같아요.
지국 jiGook
저는 젠더플루이드-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남성 젠더퀴어 뉴트로이스, 에이젠더/젠더리스일 때도 있어요. 또 팬로맨틱 팬섹슈얼인데 에이엄브렐라에 속하기도 하고 콰로맨틱, 그레이섹슈얼이기도 해요. 저는 라벨을 최대한 많이 획득해서 라벨의 경계를 없애는 게 목표예요.
센 Sen
저는 정체화를 하지 않았어요. 퀴어임은 자각하고 인정하지만 제게 이름을 붙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어떤 것으로도 불리고 싶지 않지만 같은 범주 안에 있는 것으로 만족하고 안심하며 연대할 수 있다고 믿어요.
"저희가 케이팝이라고 하면 그게 케이팝이 된다고 생각해요."
Q.
퀴어 케이팝 아이돌 그룹이라는 게 생소한데요, 각자 아이돌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프린 Prin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케이팝 아이돌이 되고 싶었어요. 어릴 때 좋아하던 아이돌 그룹이 있었는데, 무대가 뮤지컬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콘셉트가 뚜렷했어요. 그때 사람들이 그 아이돌이 과하다는 평을 많이 했는데 거기에서 퀴어함을 포착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여성으로 패싱되는 저는 여자 아이돌의 수행을 해야 하니까 내가 원하는 건 못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QT송 캠프에서 프로듀서 지연이 퀴어 아이돌을 만들겠다고 하니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맥 Maek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고 뮤지컬 전공이었어요. 뮤지컬이 아직은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정상성에 집착하는 곳이잖아요. 제 꿈은 성공해서 이 업계를 바꾸는 거였어요. 근데 싸우고 보니까 여기서 살아남았을 때 ‘나는 저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여기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프린이 갑자기 ‘자네 아이돌 하지 않겠는가’라고 해서 하겠다고 했어요. 정확하게 윤곽이 나온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이제 성별 이분법적이지 않은 무언가일 거라고 했거든요.
지국 jiGook
어렸을 때부터 아이돌을 꿈꿨지만 제가 사랑했던 아이돌이 각종 범죄로 저에게 상처를 줬고 아이돌 업계에서 아예 눈을 뗐어요. 그리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는데, 프로듀서 지연의 제안으로 팀에 합류해보니 멤버들이 모두 비시스젠더 퀴어인 거예요. 거기서 안전함을 느꼈고요. 여러 정체성을 존중하면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감사하면서 활동해 오고 있어요.
센 Sen
댄서로 일하면서 아이돌 산업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경험했어요. 아이돌 같은 양지의 산업일수록 퀴어는 기피대상 1위인데, 그래서 가장 기피하는 것을 눈앞에 선보이고 싶었어요. 세상에 가장 잘 보이는 것과 가장 숨겨진 함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두근거리는 것 같아요.
링크를 클릭해 QI.X의 디지털 싱글 Lights Up과 Walk & Shine을 들어보세요.
Q.
3월 22일에 첫 음원 Lights Up이 나왔고 최근엔 Walk & Shine을 발표했죠. 어떤 노래인가요?
프린 Prin
사회에서는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잖아요. 그래서 우리만의 멋진 빛을 숨기면서 살아가게 되는데, Lights Up은 이렇게 찬란한 우리가 만나면 이 빛을 잃지 않고 함께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Lights Up에서 빛을 모아놓고 서로를 알아봤다면, Walk & Shine에서는 이 빛을 뽐내는 거예요. 탁 트인 곳에서 저희의 존재를 밝히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만든 곡이에요. 세상이 우리를 혐오하고 정답을 강요하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빛을 당당히 보여주며 나아가겠단 곡이에요.
Q.
케이팝 문화의 꽃이라고 하면 팬 문화일 것 같아요. QI.X는 데뷔 전부터 특히 해외에서 팬덤 QTZ로부터 많은 사랑받고 있는데, QI.X가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게 된 이유가 뭔가요?
지국 jiGook
용기를 내기로 한 저희의 선택이 많은 분들의 가슴을 울린 것 같아요.제일 중요한 거는 우리가 다 비슷한 존재들이고 딱히 다르지 않는 거잖아요. 그런 걸 저희가 계속 가시화하려고 노력한다는 게 제일 와닿지 않았나 싶은데... 또 다른 것도 있어요. 저희가 귀여워서 😊
센 Sen
공통점도 매력인 것 같아요. 많은 퀴어 당사자 팬분들과 공통된 감정을 솔직하게 나눌 수 있다는 게 저희만의 매력일 것 같아요.
지국 jiGook
댓글을 보면 “정말 예쁘다, 혹시 예쁘다는 말 써도 되는 거야?”라고 물어보세요. “혹시 멋있다는 말이 좋아요?” 아니면 “형·누나·오빠 중에 선호하는 거 있어?” 이렇게 물어봐요. 모두 많이 상처 받아봤기 때문에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맥 Maek
미디어에 여러 사람이 나오면 그중에 나를 닮은 사람을 찾게 되잖아요. 그런데 케이팝이 세계로 퍼지고 케이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났는데도 퀴어들에게는, 저희 팬들이 봤을 때 케이팝에는 아직 퀴어가 없던 거예요. 그런데 이제 우리가 나타나면서 ‘이제 찾았다, 내 아이돌!’, ‘핸드폰만 켜면 여기 있어!’인 거죠. 대표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해 안도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해요.
"세상에 가장 잘 보이는 것과 가장 숨겨진 함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두근거리는 것 같아요."
Q.
퀴어 아이돌을 표방하는 순간 기존의 아이돌에서 요구하는 수많은 문법을 벗어나게 되잖아요. 근데 사람들은 “이 문법이 있어야 케이팝 아이돌이야”라고 해왔는데, 무엇이 여러분을 케이팝 아이돌로 만든다고 생각하시나요?
맥 Maek
사실 케이팝이란 장르가 모든 것을 한데 섞은 장르이기도 하고 음악은 항상 전에 있던 틀을 뒤집어 엎으면서 지금까지 온 거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케이팝이라고 하면 그게 케이팝이 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돌도 비슷해요. 내게 힘을 주고 나를 ‘연명’하게 해주는 그런 존재.
지국 jiGook
저는 1세대, 1.5세대, 2세대 아이돌 팬이었고 그땐 오히려 엉성함과 인간미가 더 아이돌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이돌의 사전적 의미가 우상인데, 요즘에는 ‘나의 우상이 되려면 완벽해야 해!’라는 것 자체가 폭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그런 아이돌이 되고 싶진 않아요. 사람들이 음악적 에너지를, 또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모델로 삼는 아티스트가 있냐는 질문에 QI.X는 “우리가 롤모델이 되자!”라고 답해주었습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는 다짐은 지국 jiGook의 말에도 묻어 나왔습니다. “우리가 모든 걸 다 아우를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고, 저희를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안전함을 보장해 주는 아티스트가 됐으면 좋겠어요.”
프린 Prin
QI.X는 다양한 장르의 곡은 선보이고 싶어요. 또 저희가 활동가스러운 게 있으니까 굉장히 많은 곳에서, 꼭 퀴어와 관련된 의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의제를 다루는 현장에서 공연하고 싶어요. QI.X 꼭 불러주세요!
그리고 이번 서울퀴퍼에서도 무대를 합니다! 스포를 살짝 하자면, Lights Up이 원래는 서서하는 안무잖아요? 바뀝니다. 아주 멋진 퍼포먼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Walk & Shine이라는 곡이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빛을 발하는 곡이에요. 모두가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받을 거라고 저는 확신하니까 꼭 와서 즐겨주세요!
QI.X 202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무대
QI.X의 덕질을 여기서 시작해보세요!
원문 작성: 미겔
원문 검토: -
번역: 희중(스페인어), 지니(영어), 우산(인도네시아어), 츠키(일본어), 사락(중국어), 미겔(카탈루냐어), 비안네(프랑스어)
Comments